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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4·3 사건, 그 비극과 진실

by Sniply 2025. 9. 30.

 

제주 4·3 사건의 발단과 전개

제주 4·3 사건은 1947년 3월 1일, 제28주년 삼일절 기념집회에서 경찰의 발포로 민간인 6명이 사망하면서 시작됩니다. 이 사건은 제주도 전역의 총파업으로 이어졌고, 미 군정은 이를 강경하게 진압하며 제주를 ‘레드 아일랜드’라 규정했습니다. 이후 극우 성향의 서북청년회가 투입되고, 수천 명이 검거·고문당하며 갈등은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1948년 4월 3일, 무장대는 경찰지서를 공격하며 본격적인 무장봉기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미 군정과 정부는 이를 강경 진압했고, 5·10 총선거를 앞두고는 제주도를 ‘불순 세력의 본거지’로 규정해 초토화 작전을 전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산간 마을 주민들이 무차별 학살당하며 수많은 희생이 발생했으며, 사건은 1954년 한라산 금족령 해제까지 7년 7개월간 이어졌습니다.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의 길

군사정권 시절, 제주 4·3은 ‘북한 사주 폭동’으로 규정되어 진실 논의조차 금기시됐습니다. 하지만 1978년 현기영의 소설 《순이삼촌》을 시작으로 조금씩 진실이 알려졌고, 1980년대 민주화 운동 이후 학계와 시민사회가 진상 규명에 나섰습니다.

1992년 다랑쉬굴 유해 발굴은 은폐된 집단 학살의 실체를 드러내는 계기가 되었고, 결국 2000년 김대중 정부 시절 「제주 4·3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 특별법」이 제정됩니다. 이어 2003년 정부 차원의 진상보고서가 확정되었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제주를 찾아 국가 공권력의 잘못을 공식 사과했습니다. 이후 2021년에는 특별법이 전부 개정되며 국가 배상과 불법 군사재판 재심까지 가능해졌습니다.

기억과 문화 속의 제주 4·3

제주 4·3 사건은 오랜 세월 동안 금기시되었지만, 문학과 예술을 통해 끊임없이 드러나왔습니다. 현기영의 《순이 삼촌》, 김석범의 대하소설 《화산도》, 이산하의 서사시 《한라산》 등은 학살의 참혹함과 시대의 비극을 고발했습니다. 강요배 화백의 역사화 《동백꽃 지다》, 오멸 감독의 영화 《지슬》, 다큐멘터리 《잠들지 않는 함성》 등 다양한 작품도 4·3의 기억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오늘날 4월 3일은 국가기념일 ‘4·3 희생자 추념일’로 지정되어, 제주뿐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이 사건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제주 4·3은 단순히 지역의 비극이 아닌, 한국 현대사의 아픈 과거이자 화해와 평화를 향한 중요한 교훈으로 남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