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수도 모스크바 중심부, 모스크바 강과 니에글린나야 강이 만나는 언덕 위에는 국가의 상징이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크렘린 궁전(Kremlin Palace) 과 붉은 광장(Red Square) 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곳은 러시아의 정치·종교·예술의 중심지로, 오랜 세월 동안 수많은 역사적 사건이 이뤄진 ‘러시아의 심장’이라 불립니다.
1990년, 이 두 곳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며, 그 아름다움과 역사적 가치로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습니다.
① 러시아 권력의 상징, 크렘린 궁전의 역사
‘크렘린(Kremlin)’은 원래 ‘성채’ 또는 ‘요새’ 를 뜻하는 러시아어입니다.
1156년, 유리 돌고루키(Yuri Dolgoruki) 가 모스크바 강과 니에글린나야 강이 만나는 언덕 위에 목조 요새를 세운 것이 그 시작이었습니다. 이후 14세기 드미트리 돈스코이(Dimitri Donskoi) 가 통나무 성벽 대신 석조 성벽을 세우며 현재의 크렘린 구조로 발전시켰습니다.
당시 크렘린은 단순한 군사 요새를 넘어, 러시아 대공(Grand Prince) 들이 통치하던 왕궁이자 정치의 중심지였습니다. 1263년 모스크바 공국이 설립된 후, 1328년 블라디미르 공국의 수도가 모스크바로 옮겨지면서 이곳은 러시아 정치와 종교의 심장부가 되었습니다.
크렘린 내부에는 여러 종교 건축물이 조화를 이루며 서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성모 승천 대성당(Cathedral of the Dormition) – 1475~1479년 루돌포 피오라반티가 건축
수태고지 교회(Church of the Annunciation)
천사장 교회(Church of the Archangel)
이반 대제의 종탑(Ivan Veliky Bell Tower)
이 있습니다.
이외에도 테렘 궁전(Teremnoi Palace), 성모 마리아 탄생 교회(Church of the Nativity of the Virgin) 등은 러시아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는 건축물로 평가됩니다.
이들 대부분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양식의 영향을 받았으며, 러시아 전통 양식과 서유럽 건축미가 융합된 독창적 미학을 완성했습니다.
② 붉은 광장 — 러시아의 역사와 상징이 깃든 공간
크렘린 동쪽 성벽 아래 펼쳐진 붉은 광장(Red Square) 은 단순한 광장이 아닙니다.
이곳은 수 세기 동안 러시아 국민의 축제, 시위, 혁명, 그리고 국가 행사가 열려온 상징적인 공간입니다.
광장 남쪽에 자리한 상트 바실리 대성당(Saint Basil’s Cathedral) 은 러시아정교회 예술의 결정체로 손꼽힙니다.
16세기 이반 4세(이반 뇌제)의 명으로, 카잔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졌으며, 화려한 양파 모양의 돔과 다채로운 색채는 러시아 건축의 정체성을 대표합니다.
이 대성당은 원래 카잔 성당과 함께 붉은 광장을 장식했으나, 카잔 성당은 1930년대 초반 철거되었고 현재는 상트 바실리 대성당만이 그 영광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광장 북쪽에는 레닌의 묘(Lenin’s Mausoleum) 가 자리해 있습니다.
1918년 혁명 이후 구소련의 상징이 된 이곳에는 레닌의 시신이 안치되어 있으며, 그 옆으로는 혁명 영웅들의 유골이 크렘린 벽 속에 묻혀 있습니다.
이처럼 붉은 광장은 중세 왕권과 현대 혁명의 역사가 공존하는 독특한 공간입니다.
③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와 유네스코 등재 이유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전과 붉은 광장은 1990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기준 (i)
크렘린 궁전 성벽 안에는 수많은 건축 및 조형예술의 걸작이 있습니다.
성모 승천 대성당, 천사장 교회, 이반 대제의 종탑 등은 모두 러시아 정교 문화의 최고봉으로 평가됩니다. 붉은 광장의 상트 바실리 대성당 역시 그 예술적 가치로 러시아를 상징하는 대표 건축물이 되었습니다.
✔ 기준 (ii)
크렘린은 이탈리아 르네상스 건축과 러시아 전통 양식이 융합된 건축의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특히 이탈리아 건축가 피오라반티, 루포, 솔라리오 등이 설계에 참여하면서 러시아 건축은 새로운 미학적 방향성을 얻었습니다.
✔ 기준 (iv)
크렘린은 삼각형 요새 형태의 성곽도시로, 5개의 문과 29개의 탑을 지니고 있습니다.
이 구조는 이후 러시아 각지의 성채(프스코프, 툴라, 카잔, 스몰렌스크 등) 건설의 모델이 되었습니다.
✔ 기준 (vi)
크렘린은 러시아 역사의 중심 무대이자, 현대사의 전환점에도 등장한 공간입니다.
제정 러시아의 권력 상징에서 시작해, 1917년 러시아혁명 이후 소련 정부의 중심지로 사용되면서 정치적 의미가 강화되었습니다.
오늘날에도 크렘린은 러시아 대통령의 집무실이 있는 국가 통치의 상징으로 남아 있습니다.
✨ 마무리 — 러시아의 과거와 현재가 만나는 곳
모스크바의 크렘린 궁전과 붉은 광장은 과거 제정 러시아의 영광과 현대 러시아의 정체성을 동시에 담고 있는 역사적 공간입니다.
웅장한 궁전의 성벽, 화려한 돔의 대성당, 그리고 수백 년의 시간을 품은 붉은 광장은 오늘날에도 러시아 국민들에게 ‘국가의 심장’으로 불립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이곳은 단순한 관광지를 넘어, 러시아 문명과 건축예술, 그리고 역사의 살아있는 교과서로서 전 세계인의 발길을 끌고 있습니다.